습관은 아주 중요하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어렵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성립되기 전 어린이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도 그렇다.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학교 선생님은 안 된다고 한 일을 엄마는 된다고 하면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그런 점에서 『신고해도 되나요?』는 쉽고 재미있게 윤리의식을 가르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동화의 주인공 헌재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와 학원에 오가며 슈퍼에서 군것질을 하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다. 용돈이 많은 친구가 과자를 사주면 나중에 과자로 갚는다. 단골 슈퍼인 아슈에 가려면 선생님의 허가가 필요하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알지만 헌재는 준비물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과자 얄라리를 사서 경수에게 갚았는데 과자가 나온 것이다. 아이들은 불량식품을 신고해야 한다며 누가 신고할 것인지 정한다. 결국 얄라리를 사온 헌재가 신고 전화를 한다. 경찰차가 출동하고 슈퍼 할아버지가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니 괜히 겁난다. 거기다 교감 선생님은 신고한 헌재를 혼내고 반성문을 쓰라고 한다. 학교 망신을 시켰다는 것이다. 헌재와 경수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불량식품을 신고하라고 배웠는데 칭찬이 아닌 반성문이라니. 헌재는 그날 있었던 일을 자세히 쓰고 신고한 게 가장 잘못한 일이라고 반성문에 쓴다. ‘신고하면 안 되는지 몰랐어요. 이제 다시는 신고 안 할래요. 신고하면 혼나는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이름하고 학교 일부러 가르쳐 준 거 아니에요. 경찰 아줌마가 물어본 거예요. 이제 다시는 신고 안 할래요. 벌레 나와도 신고 안 할래요. 신고는 나쁜 거예요.’ (89쪽, 헌재의 반성문 중에서) 헌재의 반성문엔 신고는 나쁜 거라는 순수한 동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예쁜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헌재가 받았을 혼란스러움과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는 절대로 신고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용감한 행동이라고 칭찬한 선생님이 있어 다행이다. 어린 시절 한 번의 경험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 어른들이 알아야 한다. “세상은 용감한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좋아진단다. 선생님은 불량 식품을 보고 신고한 너희들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만, 신고하기 전에 먼저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거지.” (99~100쪽) 올바른 윤리와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어른이 아니라 권위를 앞세운 모습에 부끄럽다. 정의를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것에 대한 이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이다. 잘못에 대해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사라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화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2학년의 일상과 생각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동화다. 친구와의 나눔이 아니라 과자를 갚은 일과 슈퍼에 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조금 놀랐다. 중·고등생들 사이에서만 생기는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정의와 윤리에 대해 설명하는 동화라 좋다. 동화를 읽은 아이들이 헌재의 행동과 반성문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교훈에서 그치지 않고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신고해도 되나요? 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이 십 년 만에 선택한 저학년 동화입니다. 관념이 아닌 삶의 언어, 삶 속의 고민, 살아 있는 아이들을 품고 있고, 이것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이 되어 줍니다. 심사위원들은 작은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져 가는 소동을 그려 내는 데 따를 이가 없을 것 이라는 평으로 이 작가의 가능성과 이 작품의 오락성을 더할 나위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책은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식품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벌어지는 시끌벅적한 사건과 ‘진짜 불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유머러스하게 담았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혼란을 느꼈을 문제를 아이들의 실생활과 밀착된 ‘불량식품’을 소재로, 지극히 아이다운 용기와 두려움을 지닌 인물들이 풀어나가게 함으로써 친근감을 더합니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교훈을 심어 주려 한 동화는 절대 아입니다. 작가는 맘 좋은 익살꾸러기가 틀림없다. 아이들을 대표하는 헌재와 경수, 어른을 대표하는 담임과 교감, 슈퍼 할아버지 모두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시종 웃음을 자아내는 사건들로 아이고 어른이고 배를 그러잡고 킬킬대며 이야기에 깊숙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불량’한 것과는 가까이 하지 말라고 입이 닳게 훈계하면서도 정작 그 불량을 잘못되었다고 말했을 때 뒤로 빼는 어른들, 그 허를 찌르는 아이들의 반격은 통쾌하고 거듭 또 거듭 자신의 행동이 마땅한지 아닌지 묻고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건강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의 세상을 짓궂게 풍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방향을 찾아 나가도록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방과 후 : 문어 다리를 얻어먹다
점심시간: 얄라리를 신고합니다
수학 시간: 경찰 아저씨, 출동하다
청소 시간: 반성문 쓰기
방과 후 : 돈큰도넛 신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