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과 다르게 시집은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다. <오십년의 사춘기>역시 거의 두달 가깝에 읽고 덮기를 반복한 듯 하다.그러다 어제 용산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시 고은님의 시집을 찾아 들었다. 처음 읽을땐 그저 읽어 내려갔었는데, 다시 펼쳐보니 첫 장의 주제가 집을 버리다 였다 집을 버리다...집을 부여잡으려다 죽어간 이들도 있것만,시인은 집을 버리다란 화두로 말을 한다.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시인에게 자꾸만 억지스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소등>에 나온 시처럼 내게도 무덤 같은 서울이,시인의 말처럼 시골이 정말 구원은 되여 줄 것인지,묻고 또 묻고 있었다. 추위조차 마을마다 다르다는 시인의 그 말은 또 얼마나 내 가슴을 후벼파던지...<겨울달빛>은 또 어떠한가,"사랑하는 이여 내가 절로 무덤을 파고 살아서 돌아간다" 아마도 어제 그들은 벌떡 일어나 무덤을 파고 서울로 검찰청으로 찾아 오고 싶어겠지... 그러나 죽지 못한 살아 있는자들의 슬픔 또한 녹록지 않음을<편지>에서 말하지 않던가.."하늘은 무엇인가를 자꾸 포기하며 저 혼자 달아나며 높다" 라고.이렇게까지 하늘을 원망해 본 적이 있었는가 생각하는데 시인은 이미 오래전 하늘이 포기하고 달아난다고 말을 하고 있다. 살짝 허무감이 밀려 오는 사이 <외치다>란 화두를 만난다.하늘도 포기했지만,가난한 이들에겐 새벽이 가장 평화로울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 하지만,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다시 화살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이라지만..그래도 돌아오라고 외친다. 그럼에도 자신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역사앞에 당당하자고 외치는 거라 믿고 싶었다.
<오십년의 사춘기>는 묶음시집이기도 하고,이미 오래전에 발표된 시들이다.시적 배경도 당연히 50.60년 혹은 70년대 풍경이었을게다(시 작품의 연도가 나와 있지를 않아서..) 해서 나는 이 시를 역사적시간으로의 만남 정도로 생각했었다.왜냐하면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시대적 배경에서 내가 무엇을 크게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그런데 아니였다. 첫장 집을 버리다 부터 다시길을 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까지
200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아픔이 반추가 되고 말았다.
시대가 평화로웠다면 과거형으로 읽었을 시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현재진형형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조로와 요절이 잦았던 우리 문학사에서 고은 시인은 여전히 경이로운 현재진행형으로 갱신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가 기백 권의 이르는 방대한 저서들을 펴낸 유례를 이 땅에서 찾아볼 수 없고, ‘속수무책’으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상상력 또한 엄청나다. 그렇다면 한 권의 시집으로 고은 미학을 개괄하고, 그의 문학적 유골로 추정될 몇 토막을 추려보는 것은 어떨까. 오십 년의 사춘기 는 시인이자 소설가 김형수가 이러한 의문점을 시작으로, 고은 첫 시집 피안감성 에서부터 최근의 허공 까지 전작을 아울러 대표시 66편을 추려 묶은 것이다.
김형수는 삶의 파란과 신명에 뿌리를 둔 고은의 시, 고은의 영혼을 ‘오십 년의 사춘기’로 명명하고 시인의 작가적 생애를 초 · 중 · 후기 순으로 나누어 제1부 ‘집을 버리다’ 편, 제2부 ‘외치다’ 편, 제3부 ‘다시 길을 가다’ 편, 제4부 ‘많은 사람들(만인보)’ 편 등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1950년대 말 전후 세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래, 한국 현대시사 반백 년을 직관과 영감의 만년필로 쾌주해온 고은 시인의 시세계를 한 권으로 조망해볼 수 있어, 고은 문학 세계를 알고 싶은 독서가들, 시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전선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각급 교육기관에서 시 창작을 수업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유용한 작품집이 될 것이다.
책을 내면서
제1부_집을 버리다
예감
폐결핵
소등
천은사운
겨울 달빛
편지
사치
애마 한스와 함께
저녁 숲길에서
을파소
햇빛사냥
초추
문의마을에 가서
여수
청수장에서
제2부_외치다
귀성
저녁 논길
한식
연기 한 가닥
성묘
편지
부활
화살
벽시
오도송
자작나무숲으로 가서
새벽
간첩
역사로부터 돌아오라
눈 내리는 날
제3부_다시 길을 가다
바람 부는 날
어떤 기쁨
측백나무 울타리
별과 꽃
전화선 아래 지나가며
눈보라
평화
순간의 꽃
오자노래
추억 하나
무등산
개밥 주면서
향수
봄비
인도양
눈 내리는 날
제4부_많은 사람들
선제리 아낙네들
죽은 개
연
우물
나운리 가게
물캐똥이
소경 분례
머슴 대길이
죽은 나무
반나절 고개
2학년 담임선생
김병천
귀녀
원수
재선이 어머니
점백이 누나
춘자
용둔리 찐득이
신석공이
상이군인
해설|김형수 오십 년 동안의 사춘기
고은 연보
카테고리 없음